공급의 파도가 밀려온다 – 2026 중미·멕시코 커피 수확의 민낯
2025/26 시즌, 중미와 멕시코 커피 산지에 이례적인 공통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공급 신뢰성의 위기입니다. 온두라스에서는 커피 선적 시기가 4~6주나 앞당겨졌고, 니카라과는 예상보다 35%나 적은 물량이 나왔으며, 코스타리카는 일부 지역에서 수확량이 최대 70%까지 줄어드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Algrano는 이 시즌을 “파도의 시즌(a season of waves)”이라 명명하며, 한꺼번에 대량 주문하기보다 두 번에 나눠 소량씩 계약하는 방식을 로스터들에게 권고했습니다. Algrano
온두라스 — 이른 선적, 그 이면의 위기
“12월에 선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커피는 보통 수확 후 가공과 건조, 품질 검사를 거쳐 배에 실립니다. 이 흐름이 올해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온두라스 일부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4~6주나 이른 시점에 선적이 시작됐는데, 현지 수출업체 Cafesmo Honduras의 Sebastian Wiersma는 “12월에 선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할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지요. Algrano 스페셜티 커피 소싱 회사 Nordic Approach의 현장 팀도 “온두라스 수확이 서늘하고 습한 날씨로 지역마다 피크 시점이 제각각 달라지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Nordic Approach
일손이 줄자, 벌레가 늘었다
온두라스에서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인구가 늘면서 커피 농장의 일손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입니다. 현지 생산자 단체 지도자 Fredy Pastrana는 “들판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일꾼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남은 인부들은 더 높은 품삯을 요구하고, 주요 운송 도로마저 방치되어 수확물을 제때 내다 팔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Diario Tiempo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커피 열매를 제때 따지 못하고 나무에 오래 달아두면, 그 열매를 파고드는 해충인 커피열매천공충(브로카)이 급격히 번식하게 됩니다. 과테말라 수출업체 CONEBOSQUE의 Obed García는 “따지 않고 남겨진 체리는 곧 브로카의 먹이가 된다”고 직접 경고했습니다. 온두라스·과테말라산 커피를 구매할 때 벌레 피해 여부를 평소보다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Algrano
과테말라 — 돈이 돌지 않으면 커피도 돌지 않는다
과테말라도 온두라스와 비슷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 시즌 초 국제 커피 가격이 높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자금 문제가 공급망을 흔들었습니다. 커피 협동조합과 수출업체는 농부들에게 수확 대금을 미리 지불해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아지자 오히려 그 선지급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수확·가공·선적이 줄줄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현지 수출업체 Apolo Guatemala의 Alvaro Lemus는 “구매자가 물량 전체를 미리 약정해주면, 작은 회사도 다음 시즌까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로스터가 일찍 구매를 확정해 주는 것이 생산자에게는 실질적인 운영 자금이 되는 셈입니다. Algrano
니카라과 — 흉작 수준의 공급 공백
예상보다 35% 적게, 남은 기회도 없다
니카라과는 이번 시즌 중미 전체에서 공급 상황이 가장 심각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비가 늦게 내려 개화가 지연됐고, 이후 예상치 못한 한파까지 겹치며 커피 체리가 맺히는 양이 크게 줄었습니다. 농장 Sajonia Estate Coffee를 운영하는 Manfred Guenkel은 실제 수확량이 예상보다 35%나 적었다고 밝혔으며, 시즌 후반에 추가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했습니다. Algrano
기상 이변 너머의 구조적 취약성
니카라과의 공급 불안은 날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지 독립 매체 Confidencial에 따르면, 니카라과 최대 커피 수출업체였던 CISA Exportadora가 갑자기 운영을 중단하면서 Jinotega·Matagalpa 등 주요 산지 농부들이 수확 비용 대출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서 판매처를 잃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남은 수출업체들은 이 공백을 이용해 농부들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구매에 나섰습니다. Confidencial 날씨, 수출 채널 붕괴, 가격 협상력 약화가 한꺼번에 쌓인 결과가 지금의 공급 공백입니다. 니카라과 원두를 블렌드 기반으로 사용하는 로스터라면 지금 당장 재고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Algrano
코스타리카 — 수확 급감과 환율 이중고
50~70% 감소, 시즌은 이미 마무리 중
코스타리카는 작년 기록적인 풍작을 거친 나무들이 올해 에너지를 회복하느라 열매를 훨씬 적게 맺는, 이른바 ‘오프 이어(off-year)’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농장 La Victorina Coffee의 Eduardo Ramírez는 올 시즌 수확량이 작년보다 50~60% 줄었고, 일부 지역은 최대 70%까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워낙 물량이 적다 보니 시즌 자체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Algrano
이 문제는 올해만의 기상 이변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코스타리카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Los Santos 지역에서는 2025년 중반에만 기후 피해로 약 115억 콜론(한화 약 29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지역 내 1만 3,000 농가의 부채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Tico Times 갈수록 극단화되는 날씨에 수익까지 줄어들자, 버티지 못한 농부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타리카 커피연구소 ICAFE에 따르면 최근 수년 사이 이미 약 2,000명의 생산자가 업계를 떠났으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4년 안에 최대 1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습니다. Tico Times
달러 약세가 더하는 이중 압박
수확 부진에 더해 환율 충격까지 겹쳤습니다. 커피 국제 거래의 기준 가격인 C마켓 아라비카 가격이 2025년 10월 파운드당 440달러에서 2026년 3월 280달러로 불과 반 년 만에 36% 넘게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코스타리카 현지 화폐인 콜론의 가치가 달러 대비 올라가면서, 달러로 커피를 팔아도 실제로 손에 쥐는 콜론 금액이 더 줄어드는 이중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Tico Times
가격도 떨어지고, 환율도 불리해진 상황에서 생산자들이 내년 농사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가고 있어 2026/27 시즌 회복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클래식한 코스타리카 워시드 프로파일을 찾는 로스터라면, 좋은 로트는 이미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샘플 요청과 재고 확인을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Algrano
멕시코 — 들쭉날쭉한 수확 흐름
멕시코는 니카라과나 코스타리카처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수확의 흐름 자체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현지 농장 Solsticio Tierra의 Diego Porras는 올해 커피 열매 익는 속도가 “단속적(intermittent)”이라고 표현했는데, 짧게 한 번 왕성하게 익다가 이후에는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양상입니다. 그 결과 평소라면 한 번에 출하됐을 커피들이 서로 다른 시점에 나뉘어 준비되고 있어, 로스터 입장에서는 입고 일정 예측이 어려워졌습니다. Algrano
콜롬비아 커피, 36% 급감의 충격 속에서 읽어야 할 구조적 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