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발상지 에티오피아가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11월 25일, 에티오피아는 자체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thiopia, SCAE)를 공식 출범시키며 국가 차원의 스페셜티 커피 가치 제고에 나섰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Best of Ethiopia’라는 품평·경매 프로그램으로, 파나마의 Best of Panama, Cup of Excellence(COE) 방식과 유사한 고가 소량 로트 중심 모델을 목표로 합니다. 아라비카의 유전적 발상지이자 수천 개의 독특한 품종을 보유한 에티오피아가, 그동안 미탐색·저평가되어 온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입니다.
왜 지금 독자 협회를 만들었나
SCAE는 에티오피아 스페셜티 커피 부문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생산자와 글로벌 바이어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무역 단체로 소개됩니다. 에티오피아가 아라비카의 유전적 발상지이자 수천 개의 독특한 품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상당한 잠재력이 여전히 미탐색·저평가 상태라는 문제의식이 출범 명분으로 제시됩니다. 협회는 커핑과 품질 기준 향상, 유통 및 마켓 액세스 확대, 그리고 에티오피아 커피 유산 보호를 핵심 목표로 둡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생산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트레이서빌리티와 품질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점이 공식 메시지의 중심입니다. Daily Coffee News / Fresh Cup
누가 주도하는가
수출 엘리트들의 연합
협회는 에티오피아 그린커피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며, 초대 회장은 수출사 Ardent Coffee의 설립자 아셰나피 아르가우(Ashenafi Argaw)입니다. 초기 이사회 멤버는 Testi Coffee 설립자 페이셀 압도시(Faysel Abdosh), Daye Bensa Coffee의 키네안 아세파(Kenean Assefa), 2021 에티오피아 COE 우승자이자 생산·수출자인 타미루 타데세(Tamiru Tadesse) 등 네 명으로 구성됩니다. 네 설립 멤버 모두 시다마·벤사 등 남부 고급 스페셜티 생산지와 프리미엄 시장에서 이미 활동해온 인물들입니다. Fresh Cup / Daily Coffee News
글로벌 SCA와는 별도 조직
중요한 점은 SCAE가 미국·영국 기반 글로벌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와는 공식적으로 별도 조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기존 수출 엘리트 그룹이 주도하는 상향식 이니셔티브라는 평가와 동시에, 소농과 내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될지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Daily Coffee News
‘Best of Ethiopia’, 무엇을 노리나
초고가 경매로 국가 브랜드 올리기
SCAE가 내놓은 첫 플래그십 이니셔티브는 ‘Best of Ethiopia’라는 그린커피 경쟁·경매 프로그램입니다. 국가 최고급 로트를 선별·홍보해 글로벌 바이어에게 경매 형태로 제공하는 구조로, Best of Panama나 Cup of Excellence처럼 적은 양의 커피에 높은 단가를 형성해 마케팅 효과와 국가 브랜드를 동시에 노리는 모델입니다. 2025년 9월 타데스는 5kg 로트를 kg당 1,739달러에 판매해 기존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런 초고가 사례가 Best of Ethiopia 같은 경매 플랫폼 확대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Daily Coffee News / Fresh Cup
에티오피아 정부 또한 같은 회계연도(7월 7일 종료) 기준 47만 톤 수출, 26억 달러 이상 수익을 보고하며,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확대에 우호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Fresh Cup
야심찬 계획들
SCAE는 향후 에티오피아 내 1만 개 이상의 고유 커피 품종을 발굴·문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품종 기반의 차별화와 추가 가치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프리미엄 경매와 콘테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투명성, 우수성 보상, 생산자 환원 가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Daily Coffee News
화려한 전망 뒤 숨은 우려들
소수만을 위한 잔치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이런 경매 모델은 파나마와 COE 사례처럼 국가 이미지 제고와 일부 농가의 고소득 창출에는 효과적이지만, 물량이 극히 제한돼 산업 전체, 특히 대다수 소농의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꾸준합니다. 소수 상위 로트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평균 품질 향상·가격 안정, 환경·노동 이슈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주요 우려로 제기됩니다. 에티오피아 역시 다수의 소규모 농가가 공정 거래 조건, 기후 리스크, 물류 인프라 문제에 직면해 있어, SCAE가 이들을 조직적으로 대변·지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합니다. Fresh Cup / Daily Coffee News
독립은 양날의 검
거버넌스 측면에서 SCAE가 글로벌 SCA와 독립이라는 점은 국내 이해관계 반영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글로벌 SCA가 정한 국제 커피 품질 기준이나 인증과 SCAE의 기준이 다를 수 있어서, 두 단체의 규칙이 섞이면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 헷갈릴 위험이 큽니다. 특히 EU의 산림전용방지법(EUDR)처럼 엄격한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지금, 여러 인증 라벨이 동시에 적용되면 서류 작업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늘어납니다. Daily Coffee News / Fresh Cup
예를 들어, 한 생산자가 SCAE 인증을 받았는데 글로벌 바이어는 SCA 기준을 요구하면 재인증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는 시간과 돈 낭비로 이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라벨 과잉’이 실제 커피 품질 향상보다 행정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Daily Coffee News
마케팅 효과에만 치우칠 위험
다양한 ‘스페셜티’ 라벨과 경매 플랫폼의 난립이 실제 품질·지속가능성 개선보다는 마케팅 효과에 치우칠 위험도 지적됩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 단위의 Best of ○○ 경매가 가치 사슬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하이엔드 마이크로 로트 시장만 과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향후 SCAE가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요소, 소농 교육·펀딩 프로그램, 내수 커피 문화까지 포괄하는 장기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Daily Coffee News / Fresh Cup
종주국의 실험, 성공할 수 있을까
에티오피아의 SCAE 출범은 커피 종주국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야심찬 시도입니다. 1만 개 품종 문서화, 초고가 경매, 독자 품질 기준 수립은 모두 에티오피아 커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소농 포용성,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실질적 품질 개선 효과라는 세 가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파나마와 COE의 성공 사례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성과가 소수의 엘리트 농가에 집중되었다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에티오피아가 ‘Best of Ethiopia’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동시에, 대다수 소농의 삶을 개선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커피의 발상지가 세계 스페셜티 시장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화려한 마케팅에 그칠지는 SCAE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