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커피, 기후 위기로 인한 수확 지연 그리고 노동력 붕괴의 이중고
코스타리카와 중남미 커피 산지가 기후 변동성 심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2026년 1월 4일 Planting Costa Ric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수확이 2~3개월 지연되고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니카라과 이주 노동자의 급감이 겹치면서 수확 비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3개월 지연된 수확, 낙과와 병해로 이어지다
일반적으로 중남미와 코스타리카의 저지대는 10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여 12월에서 1월에 피크를 맞습니다. 하지만 2025/26 시즌은 불규칙한 강우와 늦은 개화로 인해 2025년 10월에서 11월에는 수확량이 미미했습니다. 본격적인 수확은 2026년 1월부터 시작되어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예년 대비 약 2~3개월 가량 늦어진 것입니다.
온두라스와 니카라과의 경우 1월에 예정되었던 선적이 생두의 성숙 지연으로 인해 3월 이후로 밀리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확기가 늦어지면서 열매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11월과 12월에 발생한 늦은 폭우로 인해 다 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거나 곰팡이 병해에 취약해졌습니다. Sucafina / Sustainable Harvest
생산량 10% 감소와 수출 병목
코스타리카 커피 연구소와 미국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5/26 시즌 코스타리카 커피 생산량은 약 117만 백(60kg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불규칙한 날씨로 인한 열매 낙과와 곰팡이 병해의 확산 때문입니다. 수확 노동자들은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 인건비 대비 효율이 떨어지므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확 지연은 곧 수출 선적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북미와 유럽의 로스터들은 통상 2월에서 4월에 중남미 뉴크롭을 받아야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4월에서 6월이 되어서야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브라질 산지 또한 가뭄 여파가 있어 대체 공급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남미 물량의 도착 지연은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아라비카 현물 시장의 재고 부족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짧은 기간에 수출 물량이 몰릴 경우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추가적인 물류비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USDA / Royal NY
니카라과 노동자 급감, 수확 현장이 멈추다
코스타리카 커피 수확 인력의 약 60%에서 70%는 전통적으로 니카라과 이주 노동자가 담당해왔으나, 2025/26 시즌에는 이들의 유입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니카라과 이민법 강화의 직격탄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이 도입한 새로운 이민법으로 인해 니카라과 국민이 비정규 경로로 출국하거나 재입국할 때 징역형(2년에서 6년)이나 고액의 벌금(1,000달러)을 부과받게 되면서 노동자들의 월경이 봉쇄되었습니다. 젊은 니카라과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코스타리카 농업 현장 대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통상 수확기에는 약 7만 명 이상의 외부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이번 시즌 합법적으로 입국한 니카라과 노동자는 50명 미만이라는 극단적인 수치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The Tico Times / The World
수확 비용 급등과 포기된 열매들
농장주들은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나마의 원주민 노동자를 버스로 직접 데려오거나 주거 시설을 제공하는 등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는 수확 인건비를 급격히 상승시켰습니다. 일손이 없어 다 익은 커피 체리를 제때 따지 못하고 나무에서 썩게 두거나 땅에 떨어뜨리는 비중이 전체의 약 10%에서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로스 산토스 같은 급경사 지역은 기계화도 어려워 피해가 더 큽니다. The Tico Times / Mr Bean Coffee
생두 가격의 변동성 확대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산지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생두 가격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농가의 평균 생산 비용은 1헥타르당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생산성이 낮은 농가는 적자 구조에 빠지면서 다음 시즌 투자를 줄이게 만들어 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예고합니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높은 품질로 프리미엄 가격을 받지만, 인건비 상승분이 이를 상쇄해버리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수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구매자에게 가격 저항감을 주어 수요가 위축되거나, 반대로 공급 부족 시 가격이 폭등하는 변동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The Tico Times / Coffee Intelligence
기후 스마트 농업 투자의 가속화
코스타리카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국가 차원의 탄소 중립 목표와 연계한 기후 스마트 농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정부와 ICAFE는 NAMA Café 이니셔티브를 통해 저탄소 가공 기술 도입, 질소 비료 효율화, 그늘 재배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Planting Costa Rica 같은 민간 수출업체들은 재생 농업 인증과 지속 가능한 관행을 도입한 농가들과 협력하여 기후 변동성에 강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스마트 농업 전환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듭니다. 로스 산토스 지역 등 소규모 농가들은 이미 기후 피해로 인한 부채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이러한 전환이 생존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저탄소와 친환경 커피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높으나, 실제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Comunicaffe / Planting Costa Rica
현재의 기후 변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재배 적합지의 약 50%가 소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연구들을 통해 재확인되었습니다. 니카라과 같은 특정 지역은 최대 80%의 적합지를 잃을 수 있으며, 이는 고품질 아라비카 공급의 구조적 부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Yale E360 / World Coffee Resea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