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커피 농가 직접 결제 시스템(DSS, Direct Settlement System)이 법원의 제동에 걸렸습니다. 2025년 11월 중순, 케루고야 고등법원은 DSS 시행을 2026년 5월 20일까지 중단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 명령은 커피 농가들이 ‘지방정부 차원의 공적 참여 부족’과 ‘의회 승인 없이 제도 도입’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 결과입니다. 중간 상인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DSS가 왜 농가의 반발을 샀을까요? 그리고 이 제도는 케냐 커피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DSS란 무엇인가
DSS는 2023년 도입됐으며, 2025년 7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었습니다. 커피 1kg당 40케냐 실링(약 0.31달러)으로 평가해 대금의 80%를 농민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시스템입니다. 잉여금은 농민에게 보너스로 배분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정부는 중간상인의 불필요한 개입을 줄이고 농민에게 빠르고 투명한 수익 전달을 목표로 했습니다. GCR Magazine
DSS 이전, 협동조합 중심 체계
DSS 시행 이전에는 대부분의 커피 수익이 협동조합을 통해 배분되었습니다. 협동조합은 농자재 공급, 금융 대출, 교육 지원, 커피 집산 및 가공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농가를 집단적으로 조직하고 이익을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협동조합은 농민 개개인이 자금을 바로 수령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해 상호금융과 경영 지원 기능을 수행했기에, 어느 정도 안정성과 협력체계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Kenya News
하지만 협동조합이 무조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협동조합은 관리 부실, 부패, 낮은 투명성,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특히 젊은 농민들이 리더십 기회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지속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탈퇴하고 개별 판매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협동조합의 경직성과 부패 문제는 케냐 커피 산업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XLIII Coffee / Intelligence Coffee
DSS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DSS 도입 취지는, 기존 협동조합 중심 체계의 비효율과 부패 가능성을 줄이고, 판매 대금을 농민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여 투명성과 신속성을 높여 농민이 곧바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게 하고자 한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DSS는 판매 후 하루 내 지급을 약속하며, 중간상인과 불투명한 거래를 줄여 농민 수익 개선 기대를 낳았습니다. Agnimble
그러나 실제로 농민들이 겪은 불이익
그러나 실제로 농민들이 겪은 불이익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협동조합이 담당하던 농자재 공급, 금융 대출, 교육 지원 등의 서비스 기능이 DSS로 인해 자금 부족으로 약화되어 농민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DSS로 수익이 직접 농민에게 가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상담과 지원 없이 곧바로 송금되면서 농민들이 체계적인 자금 운용과 저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Talk Africa
제도 도입 과정에서 15개 커피 생산 카운티의 공공 참여가 전혀 없었고, 국회의 승인도 받지 않아 농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제도 불신과 혼란이 확산됐습니다. 법원은 효과적인 공공 참여에 필수적인 규제 영향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회 위원회에서도 충분한 공청회가 없었다고 판시했습니다. Food Business MEA
법원이 내린 중단 명령
법원 판결에서 재판장 에드워드 무리이티 판사는 15개의 커피 생산 카운티에서의 공공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의회의 승인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공청회 및 규제 영향 평가가 미흡했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DSS는 코로나19로 인한 농가들의 금융 접근성 문제 해결 및 중간상인의 부당 행위 차단을 위해 고안됐으나, 실제론 협동조합 기능 약화, 자금 관리 투명성 문제, 이중 과세 우려 등 부작용이 제기돼 논란이 컸습니다. The Online Kenyan
협동조합 측과 농가들은 DSS가 농가에 직접 지급함으로써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농자재 공급, 대출 등 금융 지원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반발했으며, 국회에서는 DSS가 불법적으로 부활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농가와 협동조합연합회는 DSS 시행 중단을 환영하며 ‘커피산업의 지속 가능성 보장과 농가 권익 보호를 위한 새 전환점’이라 평가했습니다. Citizen Digital
정부의 다음 행보는
케냐 정부는 DSS 중단 이후, 법원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보다 포괄적인 공공 참여 절차를 거쳐 제도를 재검토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15개 커피 생산 카운티에서의 농민, 협동조합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청회와 규제 영향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DSS나 유사한 직접 결제 시스템을 다시 도입할 경우 법적 승인 절차와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Food Business MEA
또한 정부와 국회가 협업해 DSS의 운영 구조를 보완해 협동조합과 농민 간 상생 체계 구축, 금융 지원과 자금 관리 문제 해결, 투명한 대금 지급 방식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공공의 신뢰 회복과 농가 지원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DSS 시행을 2026년 5월 20일까지 중단 명령했으며,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적법한 절차로 충분한 공공 참여를 거친 후 재심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SACCO Review
케냐 협동조합 담당 부장관 Wycliffe Oparanya는 DSS가 농민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것임을 공언했으며, 농민 단체와도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GCR Magazine
투명성과 지원 체계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
결국 DSS는 농민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취지였지만, 협동조합 기능 약화와 제도 운용 미비로 농민 지원 체계가 흔들리고, 농민 개개인의 금융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불이익과 혼란을 낳은 것입니다. DSS 도입으로 농민에게 직접 수익 배분하는 투명성과 신속성 개선 긍정점이 존재하나, 전통적 협동조합의 조직적 지원 기능 약화, 일부 협동조합의 비효율적 요소, 충분치 않은 공공 참여로 인한 신뢰 저하와 갈등이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복합성 때문에 법원이 DSS 중단을 명령한 것입니다.
케냐 커피 산업은 오랫동안 협동조합 중심 체계의 비효율과 부패 문제를 안고 있었고, DSS는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제도 설계와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공공 참여와 이해관계자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농민과 협동조합 간 갈등을 키우고 농가 지원 체계를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Food Business MEA
15개 커피 생산 카운티, 왜 중요한가
15개 커피 생산 카운티에서의 공공 참여가 기대된 이유는 DSS 도입과 같은 대규모 제도 변화가 농민, 협동조합,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충분히 의견을 내고 조율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르면 정부는 공청회와 규제 영향 평가, 의회의 공식 승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농민과 협동조합의 반발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DSS의 신뢰가 저하되고 혼란이 발생해, 일부 농민은 제도 자체에 불만을 품었으며, 협동조합과 농민 간 갈등이 심화하는 등 운영 차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Kenya News
케냐 커피 산업의 미래, 어디로 가야 하나
케냐 커피 산업은 이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DSS 중단은 단순히 하나의 제도가 멈춘 것이 아니라, 케냐 커피 산업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농민 지원 체계를 유지하는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정부가 공공 참여를 강화하고, 협동조합과 농민 간 상생 구조를 설계하며, 투명한 대금 지급 방식과 금융 지원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면, DSS는 다시 케냐 커피 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농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DSS는 또다시 갈등과 혼란만 키우는 정책으로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케냐 커피 산업의 미래는 투명성과 지원 체계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26년 5월까지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대안이 농민과 협동조합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