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만드는 커피, Koppie의 ‘빈리스’ 전략이 커피 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조용히 오르고 있습니다. 원두 선물 가격이 2025년 2월 파운드당 4.34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커피 공급망에 구조적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는 더 이상 업계 내부의 경고만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아라비카 재배 가능 지역이 2050년까지 5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벨기에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Koppie가 콩류(pulses)를 원두처럼 발효·로스팅하는 기술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AgFunderNews
위기의 커피 시장, 대안을 요구하다
커피 재고는 현재 20년 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풍작 전망에 따른 가격 완화가 기대되지만, Koppie 공동창업자 Daan Raemdonck는 “구조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으며 2~3년 내 재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커피 재배 가능 면적이 줄어드는 동안, 글로벌 커피 수요는 매년 2%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이 구조적 불균형이 대안 원료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입니다. AgFunderNews
시장 규모 역시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전 세계 커피 대체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1,470억 달러 규모이며, 2032년까지 연평균 4.2%의 성장률로 1,9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커피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합친 것보다 킬로그램당 탄소 배출량이 많으며, 커피 한 잔을 위해 평균 14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는 점에서 환경적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Green Queen
Koppie의 기술, 무엇이 다른가
단일 원료, 발효의 힘
헨트(Ghent)에 본사를 둔 Koppie는 전직 Danone 마케터 Daan Raemdonck와 발효 과학자 Dr. Pascal Mertens가 공동 창업했습니다. 두 사람이 선택한 접근법은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입니다. 완두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콩류를 특허 출원 중인 발효 공정으로 처리하여, 기존 커피 설비에서 그대로 로스팅하고 그라인딩할 수 있는 ‘Koppie 빈’을 만드는 것입니다. Q 그레이더(전문 커피 감별사)들은 이 제품에 100점 만점에 70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일반 커피 원두와 동등한 수준입니다. 특히 커피보다 약간 달고 쓴맛이 덜한 프로파일이 블렌드 활용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Green Queen
환경 효율성이라는 무기
Koppie 원료의 탄소 발자국은 기존 커피 대비 70% 낮고, 토지 사용량은 60%, 물 사용량은 무려 90% 적습니다. Mertens는 발효 기술의 핵심이 로스팅 시 커피 유사 풍미는 만들어내면서 이질적인 맛은 억제하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유연성입니다. 발효 공정 조정만으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풍미 프로파일을 맞춤 설계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다른 콩류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술은 신규 식품(novel food)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의 EU 규제 승인 없이 출시가 가능합니다. Green Queen
자금 조달과 생산 전략
누적 €200만, 에셋-라이트로 효율 극대화
Koppie의 누적 투자금은 DOEN Ventures의 후속 투자를 포함해 €200만(약 240만 달러) 이상입니다. 프리시드 라운드는 Nucleus Capital이 주도했고, Mudcake와 Rockstart가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플레망 혁신기업진흥원(VLAIO)의 보조금 €40만, Food Pioneer Accelerators EU 보조금이 병행 투입됐습니다. 최근 4톤 규모의 산업 시험 생산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Koppie는 2026년까지 1,000톤 생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gFunderNews
Raemdonck가 선택한 확장 경로는 자체 공장 없이 파트너사의 기존 인프라와 여유 설비를 활용하는 에셋-라이트(asset-light) 모델입니다. 이는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생산 규모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더 나아가 Koppie의 발효·건조된 빈은 파트너사가 자사의 커피 로스팅 설비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어, 공급망 자체를 단순화하는 경쟁 우위를 갖습니다. AgFunderNews
B2B 하이브리드 블렌드: 핵심 상업 전략
Koppie의 주력 타깃은 기존 원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15~50%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블렌드입니다. 현재 상업 논의 중인 거의 모든 파트너가 하이브리드 제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혼합 비율은 브랜드 목표, 가격대, 원두 종류에 따라 조정되는 구조입니다. 커피 농축액을 사용하는 RTD(즉석 음료), 아이스크림, 제과 분야에서는 커피를 100% 대체하는 활용도 가능하며, 이 영역에서는 카페인 없는 소재로서의 특성도 세일즈 포인트가 됩니다. AgFunderNews
선행자의 교훈: Atomo가 걸어온 길
$5,800만을 쏟은 선구자의 위기
Koppie의 전략을 이해하려면, 같은 카테고리의 선두주자인 미국 시애틀 기반 Atomo의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tomo는 2019년 설립 이후 누적 5,800만 달러를 조달한 빈리스 커피의 개척자입니다. 그러나 2023년 초, 4,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를 마감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전략적 재편’을 선언하며 약 50명이던 직원 규모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전직 HR 디렉터는 “정말 귀중한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고 GeekWire에 증언했습니다. GeekWire
“소규모 카페만으로는 흑자 불가”라는 공개 고백
2025년 1월, CEO Andy Kleitsch는 영국 시장 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소규모 카페로 납품하는 매출만으로는 흑자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후 Atomo는 Koppie와 마찬가지로 B2B 하이브리드 블렌드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제야 맛·환경·가격의 삼박자(trifecta)를 갖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tomo가 6년간 수천만 달러를 투입하고도 여전히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상업화의 난이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AgFunderNews
비판과 논쟁: 마법의 콩인가, 현실적 해법인가
업계의 회의적 시선
World Coffee Portal은 “operators should beware of magic beans(운영자들은 마법의 콩을 경계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고비용 커피 시장에서 대안 제품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Atomo 외에도 Compound Foods, Voyage Foods, Northern Wonder, Wake 등 동종 경쟁사들이 복수 존재하지만, 이 카테고리에서 상업적 성공을 검증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커피처럼 맛있는가’가 아니라 ‘커피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가’라는 훨씬 복잡한 질문입니다. AgFunderNews
농가 문제를 외면한다는 구조적 비판
기술적·재무적 논쟁과 별개로, 더 근본적인 비판도 존재합니다. 콜롬비아대학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주요 커피 생산국 10개국 중 농가 수입이 빈곤선을 넘는 나라는 브라질과 베트남 단 두 곳뿐입니다. 빈리스 커피가 확산될수록, 이미 취약한 125만 커피 농가의 수입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스페셜티 커피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됩니다. Raemdonck는 이에 대해 “농가 보상 문제는 이미 지금의 문제이지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빈리스 커피를 커피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본질을 흐리는 논리라고 반박합니다. Green Queen
Koppie의 승부수, 그리고 남겨진 과제
Koppie는 Atomo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처음부터 에셋-라이트 모델과 B2B 하이브리드 전략을 중심 축으로 설계됐습니다. 자체 브랜드보다 파트너사가 주도하는 블렌드 커피에 소재를 공급하는 방식은, 소비자 인식 변화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공급망 안으로 조용히 침투하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Atomo 역시 결국 같은 방향으로 선회했음에도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Koppie가 기술력만큼이나 파트너십의 속도와 규모에서 차별화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남아 있습니다. AgFunderNews
커피가 기후변화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Mertens의 표현처럼 “안정된 품질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 Koppie의 콩류 소재는 커피 산업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말로 예정된 첫 상업 출시 — 그 결과가 빈리스 커피 카테고리 전체의 상업적 타당성을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AgFunderNews Green Que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