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미국 커피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브라질 관세로 인한 공백을 메우던 콜롬비아의 반사이익 흐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미국 커피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콜롬비아는 어떻게 변했고, 이제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FTA로 누리던 무관세, 2025년에 무너지다
콜롬비아 커피는 오랫동안 미국 시장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2012년 5월 발효된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의 농산물과 산업품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었고, 콜롬비아산 커피는 0% 관세로 미국에 수출될 수 있었습니다. 이 협정 덕분에 콜롬비아는 미국의 주요 커피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고, 2024년 기준 대미 수출의 약 9.2%가 커피에 해당했습니다. Colombia Trade / USTR
그러나 이 안정적인 구조는 2025년 들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의 추방 항공편 복귀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한 보복으로 25%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당시에는 협상 후 철회되었지만, 이후 8월 기준으로 콜롬비아산 커피에 10% 기본 관세가 새로 부과되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2012년 FTA로 보장했던 무관세 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첫 조치로, 자유무역협정 체계보다 행정부의 긴급경제권(IEEPA)에 의한 단독 관세 부과가 우선 적용된 사례였습니다. Axios / Algrano / Genuine Origin
마약과의 전쟁, 무역 정책으로 번지다
2025년 10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재개하면서 콜롬비아에 대한 원조 중단과 고율의 새로운 관세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이는 콜롬비아 정부의 마약 근절 정책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브라질에 부과된 50% 관세에 이어 또 다른 남미 주요 커피 수출국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현재 대부분의 미국 수출품이 약 10% 수준의 기본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대폭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Reuters / 뉴시스
CNN과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마약 밀매 대응 정책을 무역 이슈로 전환시킨 ‘정책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실제 인상이 예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업계에서는 25~50% 수준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Vietnam.vn
브라질 공백을 메우던 콜롬비아, 다시 위기로
브라질에 대한 50%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커피 수입 구조는 급격히 재편되고 있었으며 콜롬비아가 그 공백을 대부분 메우는 추세였습니다. 2025년 8월 미국이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의 대미 수출은 8월에 전년 대비 46% 급감했고, 9월에도 추가로 20%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수입업체들은 대체 공급원으로 콜롬비아,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렸으며, 특히 콜롬비아의 아라비카 커피가 “프리미엄 대체재”로 각광받았습니다. Reuters
경제지 El País는 “브라질 커피가 ‘대량생산형 도요타’라면, 콜롬비아 커피는 ‘고급형 페라리’로 간주돼 수입 추세가 급격히 이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9월 초 기준으로 콜롬비아의 대미 커피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고, 미국 전체 커피 수입 비중도 콜롬비아가 19%에서 24%로 상승한 반면, 브라질은 32%에서 20%대로 하락했습니다. El País / ICO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콜롬비아 관세 예고로 인해 이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만약 예고된 대로 25~50%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브라질과 콜롬비아 양국 모두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게 되어 아라비카 공급의 60% 이상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우회 수출 의혹과 품질 논란
콜롬비아의 급격한 수출 증가 이면에는 의심스러운 흐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8월~9월 사이 브라질에서 콜롬비아로의 커피 유입량이 46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삼각 무역(triangulation)’, 즉 브라질산 커피가 콜롬비아를 경유해 미국에 재수출되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Datamar News / Intelligence Coffee
Intelligence Coffee와 Bloomberg는 “콜롬비아 수출품 중 일부가 실제로 브라질산 혼합 원두일 가능성”을 지적하며, 콜롬비아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저가 브라질산 커피 유입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Bloomberg
시장은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다
관세 예고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나스닥 시세 기준, 10월 21일 아라비카 선물가격은 관세 우려로 전일 대비 1.85% 상승하며 5개월 만의 최고치에 올랐습니다. 미국 주요 로스터와 유통업체들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양국 모두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커피 원두 가격이 최소 3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Nasdaq / Food Navigator
CNN은 “미국 로스터들은 보급형 브라질 혼합원두와 고급형 콜롬비아 원두 모두에 접근할 수 없게 돼, 향후 수개월 내 리테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커피워치(Coffee Watch)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전쟁은 생산지 농가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빈곤 증폭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CNN / Coffee Watch
차선책은 있을까? 멕시코와 베트남의 부상
업계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멕시코와 베트남 중심의 신규 공급망 형성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커피 수입 비중에서 베트남은 2024년 기준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공백이 커질수록 그 비중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Tridge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하 예외 조항으로 ‘미국 내 대체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을 포함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데, 이는 커피 관세 완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업계는 단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급등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Financial Times / Reuters
결국 브라질의 50% 관세로 콜롬비아가 반사이익을 보던 흐름이 트럼프의 새로운 제재로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세 조정을 넘어, 미국 커피 시장의 공급 구조 전체를 재편하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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