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커피 농가에서 쏟아지는 커피 체리 껍질과 과육. 대부분은 그대로 폐기되거나 매립됩니다. 하지만 2025년 11월, Kirin Holdings가 발표한 발효 기술은 이 부산물을 프리미엄 음료의 핵심 원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젖산균과 효모를 활용한 발효 공정을 통해 향미와 바디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환경 부담을 줄이고 농가 소득을 늘리는 일석삼조의 혁신입니다.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이 기술, 과연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을까요?
왜 커피 체리는 버려질 수밖에 없었나
커피 원두를 얻기 위해 커피 체리에서 씨앗만 추출하고 나면, 껍질과 과육은 부산물로 남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부산물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단순 폐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카페인, 폴리페놀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질 오염, 토양 오염으로 이어지며,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말린 커피 체리 껍질로 카스카라 차를 만들거나 퇴비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는 전통적으로 커피 체리 껍질을 건조해 차로 마셔왔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상업적으로도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Wikipedia 하지만 기술적, 경제적, 규제적 한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대량 폐기가 일반적입니다.
특히 콜롬비아 같은 국가에서는 커피 체리 폐기에 환경세까지 부과되면서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커피 가격 변동과 생산성 저하로 이미 불안정한 농가 소득에,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더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irin Holdings
Kirin의 발효 기술, 무엇이 다른가
Kirin Holdings는 자체 보유한 와인 아로마 강화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커피 체리 원액 농축액을 젖산균과 효모로 발효시켜, 음료의 바디감, 발효감, 과일 향, 따뜻함, 풍미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증진하는 원료를 개발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프리미엄 음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능성 소재로 진화시킨 사례입니다.
Kirin은 이미 이 성분을 RTD(Ready to Drink) 제품인 ‘Kirin Tokusei’ 브랜드에 적용했습니다. 2025년 5월 한정판 멜론소다 사워를 출시했고, 11월에는 귤사이다 사워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소비자 선호도 조사 결과, ‘만족감’과 ‘프리미엄 품질’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Kirin Holdings
폐기물에서 수익원으로, 농가에게 돌아가는 가치
이 기술의 가장 큰 의의는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버려지던 커피 체리를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폐기물 감축과 자원 순환에 직접 기여합니다. 커피 원산지 농가에는 부산물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원이 생기며, 이는 소득 불안정 문제를 완화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비알코올 및 저알코올 음료에 적용될 경우, 풍미 강화를 통해 술에 대한 대안적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Kirin은 이를 통해 알코올 관련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회사는 앞으로 이 소재의 활용처를 확대하고, 국제적 지속가능성 기준을 준수하며, CSV(공유가치창출) 전략을 통해 식음료 및 헬스케어 분야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irin Holdings
기존 활용 사례와의 차별점은?
커피 체리 과육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카스카라 차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온 전통 음료이며, 섬유소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건강 음료로도 평가받습니다. Perfect Daily Grind
인도네시아와 중남미에서는 커피 체리 분말을 가축 사료 첨가제나 퇴비로 활용해 왔습니다. 효소나 발효공정을 통해 사료 효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되어 왔으며, 이는 환경 오염 저감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PMC / Tamana Coffee
또한 커피 체리에서 폴리페놀, 카페인 등 생리활성 물질을 추출해 식품 첨가물이나 항산화 기능성 성분으로 이용하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커피 체리 가루로 빵, 스낵 등을 개발하거나 항산화 효과 증가를 위한 발효 기술을 적용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ScienceDirect / Researchers Links
Kirin의 발효 성분 개발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발효 공정을 통해 음료의 향과 바디를 강화하는 특화된 기능성 원료로 진화시켰다는 점입니다. 기존 활용 사례들이 주로 차, 사료, 퇴비 등 1차 가공 중심이었다면, Kirin은 프리미엄 음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로 포지셔닝한 것입니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긍정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과제는 분명합니다. 커피 체리 부산물의 대량 수거 및 가공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며, 경제성이 전 세계 농가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개발 지역에서는 해당 기술을 도입할 자본과 설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식품 원료로서의 안전성 규제 문제도 장기적 검증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또한 ‘발효’ 특유의 향이나 맛이 소비자에게 언제나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인지에 대한 시장 검증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Kirin Holdings
커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
Kirin Holdings의 발효 기술은 커피 체리 부산물이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환경 부담 감소, 농가 소득 증대, 프리미엄 음료 시장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접근은,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근본부터 재설계할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물론 인프라 구축, 경제성 검증, 규제 대응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전 세계 커피 농가와 음료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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