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야심차게 준비한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이 또다시 발목을 잡혔습니다. 2025년 11월 19일, EU 회원국들은 EUDR 시행을 1년 추가 연기하는 협상 명령(Negotiating Mandate)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2026년 12월 30일, 중소기업의 경우 2027년 6월 30일까지 시행이 연기되며, 당초 2025년 12월 30일 예정이었던 일정이 재차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2년 연속 1년씩 시행이 미뤄지는 것으로, 환경단체는 “탁상행정”이라 비판하고, 준비를 마친 기업들은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과연 EUDR은 실질적인 산림 보호 수단이 될 수 있을까요?
IT 시스템 준비 안 됐다는 이유, 2년째 반복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9월, EUDR 준수 정보를 처리할 IT 시스템이 예상 데이터 부하를 처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를 제안했습니다. EU 이사회는 “회원국과 이해관계자들의 기업 및 행정기관의 준비 상태, 그리고 새로운 정보 시스템 관련 기술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연기 사유로 밝혔습니다. 이는 2년 연속 1년씩 시행이 미뤄지는 것으로, 일부 회원국(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압력과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무역 파트너의 로비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ESG Today / Daily Coffee News
환경단체 “이론적 사고 훈련에 불과하다”
WWF 유럽 정책사무소의 Anke Schulmeister-Oldenhove는 “회원국이 ‘산림파괴 대응이 우선순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며, “이번 투표로 EUDR은 구체적인 산림파괴 방지 조치가 아닌 이론적 사고 훈련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실제 효과적인 산림 보호보다는 정책 실행이 느리고 탁상행정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Daily Coffee News
225개 이상의 NGO와 시민단체, 국제 기후 단체들은 연기 반대를 촉구하며 EU의 규제 신뢰성과 환경 보호에 대한 강한 메시지 지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연기가 EU의 산림파괴 방지 및 기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시장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경고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Mongabay
준비 마친 기업들 “우리를 불공정하게 처벌하는 것”
반면, Nestlé, Mars Wrigley, Olam Agri, Rainforest Alliance를 포함한 19개 기업과 NGO는 10월 공개서한에서 “현행 EUDR 규정 준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투자해왔다”며, 추가 연기와 간소화가 “이미 투자한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처벌하고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우려했습니다. Daily Coffee News / ESG Today
이들 기업은 이미 EUDR 준수를 위해 많은 투자와 준비를 해왔고, 추가 연기나 규제 간소화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준비한 기업에 불공정하며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산업계와 국가 당국은 IT 시스템 준비와 행정적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연기를 “필수적”으로 보고 있으며, 규제의 실효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Trusty Compliance / Food Ingredients First
EUDR, 무엇을 요구하는가
EUDR은 EU 시장에 진입하는 커피가 2020년 12월 31일 이후 산림파괴가 없는 토지에서 생산되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합니다. 기업들은 농장 필지의 정확한 위치 정보(지리좌표)를 제공하고, 생산국의 관련 법률(토지 사용권, 노동, 세금, 인권 등)을 준수했는지 실사(Due Diligence)를 수행한 뒤 EU 정보 시스템에 실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Dr Wakefield / Neumann Kaffee Gruppe
생두와 로스팅 커피는 EUDR 적용 대상이지만, 인스턴트(용해성) 커피는 무역 코드 2101로 분류되어 규정에서 제외됩니다. 유럽커피연맹(ECF)은 인스턴트 커피가 EUDR 제품 목록에서 제외된 것을 “허점”이라고 지적하며, 공정한 경쟁과 일관된 지속가능성 기준 확보를 위해 인스턴트 커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전 세계 인스턴트 커피 소비의 37%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지만, HS 코드 0901(커피)이 아닌 2101(식품 조제품)로 분류되어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Falcon Coffees / Dr Wakefield
인스턴트 커피 제외, 규제의 허점인가
인스턴트 커피가 EUDR에서 제외된 것은 커피 산업 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유럽커피연맹(ECF)은 이를 “허점”이라고 지적하며, 공정한 경쟁과 일관된 지속가능성 기준 확보를 위해 인스턴트 커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전 세계 인스턴트 커피 소비의 37%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지만, HS 코드 0901(커피)이 아닌 2101(식품 조제품)로 분류되어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Falcon Coffees
이는 생두와 로스팅 커피를 EU에 수출하는 업체는 엄격한 실사와 지리좌표 제공 의무를 지는 반면, 인스턴트 커피 수출업체는 동일한 산림파괴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탁상행정과 불확실성 사이, EUDR의 미래
이처럼 기업들은 준비 시간을 긍정적 기회로 보면서도 불확실성 및 규제 일관성 저하에 우려를 표명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산림파괴 대응을 위한 신속한 시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가 연기를 비판하는 구조입니다. EUDR 시행 연기로 인해 현실적인 변화나 성과 없이 정책 추진이 지체되고, 실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ongabay / Trusty Compliance
EU가 산림파괴 방지라는 목표를 진정으로 달성하려면, IT 시스템 준비와 행정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준비를 마친 기업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2026년 말까지 EU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대안이 환경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