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산림전용방지법(EUDR) 시행을 앞두고, 현재 사용 중인 글로벌 토지피복 지도가 소농 커피·카카오 농장을 대규모로 ‘숲’으로 잘못 분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Alliance of Bioversity International & CIAT 주도 국제 연구진은 콜롬비아, 중국, 과테말라, 멕시코 커피 생산 지역의 절반 이상이 EU 주요 레퍼런스 지도에서 숲으로 오분류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연구진은 오픈 액세스 참조 데이터셋 Sample Earth를 하버드 Dataverse를 통해 공개하며, 지도 제작 시 학습·검증 효율을 높이고 EUDR false positive를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EU 공식 채택이나 정량적 개선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며, 소농의 디지털 격차와 비용 부담 등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커피 농장을 숲으로 착각한 EU 지도, 18% 오류율의 비밀
현재 EUDR 준수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참조하는 글로벌 토지피복 지도는 전 세계를 한 번에 분류해야 하는 기술적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EU-JRC 2020 forest layer를 포함한 주요 지도들은 훈련 데이터가 도시 주변이나 대규모 상업농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어, 소농 지역에서 commission error(숲 과대분류)가 18%에 달합니다. 특히 그늘 재배(agroforestry)나 혼농림 시스템처럼 나무와 작물이 혼재된 소농 경관을 자연림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됐습니다. Wageningen University
훈련 데이터 편중이 만든 구조적 맹점
이런 오류가 EUDR 직전까지 통용된 근본 원인은 ‘대충 만든 지도’가 아니라, 전 세계 소농과 혼농림을 구분해줄 고품질 학습·검증 데이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Daily Coffee News는 Alliance 발언을 인용해 “현재 듀 딜리전스에 쓰이는 지도 정확성을 제3자가 공통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Wageningen과 Gallemore 등의 선행 연구는 EUDR이 위성과 지도를 전제로 하지만 측정·오분류 오류가 중기적으로 불가피하며, 특히 소농에게 리스크를 전가한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Daily Coffee News / Wageningen University
정치적 압박이 false positive를 감수하게 했다
EU·회원국·기업들은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도 기후·산림 정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 속에서 ‘불완전한 데이터+보수적 리스크 회피’ 접근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false positive—실제로는 합법·저탄소 방식으로 생산하는 농가가 ‘고위험’으로 찍히는 상황—를 감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도 자체가 소농 농장을 숲으로 잘못 분류하면, 기업의 듀 딜리전스 과정에서 “잠재적 산림벌채 지대”로 플래그되어 수출 계약이나 인증에서 배제되는 등, 특히 데이터·기술 접근성이 낮은 수백만 소농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Science Direct / Food Manufacturing
20년 현장 데이터가 바꾼 판도, Sample Earth 공개
가나·베트남 10만 포인트로 ‘숲 vs 혼농림’ 구분
Sample Earth는 Alliance of Bioversity International & CIAT가 주도한 오픈 액세스 참조 데이터셋으로, 위성 및 원격탐사 기반 토지피복 지도 제작 시 학습과 검증용으로 설계됐습니다. 초기 버전은 글로벌 사우스의 소농 커피·카카오 농장에 초점을 맞추며, 가나와 베트남에서 수집한 10만 포인트의 현장 데이터와 고해상도 위성 영상, ground truthing(현장 검증)을 결합해 ‘숲 vs 농지 vs 혼농림’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레이블을 제공합니다. Alliance Bioversity & CIAT
연구진은 20년 이상 축적한 소농 경관 필드 데이터를 하버드 Dataverse 등 공공 리포지터리에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방법론과 메타데이터를 논문·리포트 형태로 제출해 학계와 업계의 검증에 열어두었습니다. 이 데이터셋은 지도 제작자의 데이터 준비 시간을 80% 줄이고, 머신러닝 모델이 소농 커피·카카오를 ‘숲’이 아닌 ‘농지·agroforestry’로 더 정확히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Phys.org
지도 제작 시간 80% 단축, Google AI도 주목
Phys.org와 Alliance 자료에 따르면, Sample Earth는 맵 제작 워크플로우를 간소화하고 ‘비공개 농장 위치 보호하면서도 제3자 정확도 검증’ 메커니즘을 내장해 투명성을 높여, 준수 농가를 부당한 배제(unwarranted exclusion)에서 보호할 전망입니다. Google AI 연구자 Dan Morris는 “AI와 위성은 훌륭하지만 훈련 데이터가 핵심”이라며, 이 데이터셋이 EUDR 모니터링 부담을 낮추고 소농 시장 접근을 공정화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Phys.org
공식 인정은 없지만 업계는 움직인다
Satelligence·World Cocoa Foundation이 입증한 타당성
Daily Coffee News와 Phys.org 보도, Alliance 자체 설명에 따르면, “EU의 주요 레퍼런스 맵이 콜롬비아·중국·과테말라·멕시코의 커피 생산지 절반 이상을 숲으로 분류한다”는 주장은 Alliance Bioversity/CIAT가 20여 년간 축적한 현장·위성자료를 바탕으로 EU 맵을 교차검증한 결과에 근거합니다. World Cocoa Foundation과 Satelligence는 별도 정확도 평가 연구에서 “기존 글로벌 레이어가 특정 국가·작물에서 상당한 오분류를 보인다”는 유사한 결과를 보고하며, Sample Earth의 문제 제기 방향성을 뒷받침했습니다. Alliance Bioversity & CIAT / World Cocoa Foundation
EU는 침묵, 민간 데이터 업체는 시장 진입
Alliance의 분석과 일부 후속 연구들은 “소농·혼농림을 숲으로 오분류하는 체계적 편향이 상당하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EU나 JRC가 “우리 레퍼런스 맵이 틀렸고, 이 비율·지역별로 공식 수정한다”고 공개 인정한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대신 EUDR 시행 연기 논의, 위성·지도 정확도·오류 리스크에 대한 공식·반공식 보고서 증가, Satelligence 등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가 “EUDR 레이어보다 높은 정확도”를 내세우며 시장에 진입하는 등, “기존 맵만으로는 규제·시장 운영에 충분치 않다”는 암묵적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Satelligence / Daily Coffee News
정량 검증 아직 미공개, 85% 정확도 기준 충족 과제
연구팀은 Sample Earth를 통해 EUDR false positive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 구체적 수치(예: 정밀도 XX% 향상)로 입증된 ‘정량적 개선폭’은 2025년 말 기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초기 데이터는 하버드 Dataverse 공개 후 Satelligence와 World Cocoa Foundation 등에서 “기존 맵의 오분류 보완 가능”으로 인정받았으나, EU 공식 채택이나 대규모 벤치마크(precision/recall 지표)는 아직 진행 중이며, Colditz et al.(2025)처럼 85% pixel agreement 기준 충족 여부도 검증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ESSD / Alliance Bioversity & CIAT
완벽한 지도는 없다, 남은 세 가지 한계
가나·베트남 데이터로 콜롬비아를 판단할 수 있나
Sample Earth도 여전히 특정 국가·작물에 데이터가 편중될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초기 버전이 가나·베트남 중심으로 구성되어 콜롬비아·멕시코 등 다른 커피 산지에 대한 일반화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떤 맵이 “진짜 정답”인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Alliance의 수치(‘절반 이상 오분류’) 역시 다른 연구·국가 데이터와의 지속적인 교차 검증이 필요합니다. Alliance Bioversity & CIAT / BES Journals
지도 개선이 소농 소득 개선은 아니다
“개선된 맵”조차 100% 완벽하지 않으며, 지도 정확도 향상이 곧바로 소농 협상력이나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시민단체와 무역·농민단체들은 여전히 디지털 역량·데이터 접근성 격차, 인증·추적 비용 부담, 책임 전가 문제 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소농 배제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경고합니다. 정치·경제적으로 이 논쟁은 ‘지도 품질’ 문제를 넘어, 누가 어떤 기준과 데이터로 ‘산림벌채 책임’을 규정할지, 그 비용과 리스크를 다국적 기업과 소농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힘겨루기이기도 합니다. Transform Trade / Wageningen University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구조적 지원이 답이다
Sample Earth는 EUDR 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오류를 줄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데이터 준비 시간 80% 단축’과 ‘agroforestry 세밀 레이블 제공’은 기업과 지도 제작자들이 소농 커피·카카오를 더 정확히 인식하는 데 기여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Satelligence와 World Cocoa Foundation의 후속 연구는 이 데이터셋이 기존 맵의 오분류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Satelligence
공식 채택 불확실, 회원국·업체 통합이 관건
다만 새로운 참조 데이터셋이 실제 EUDR 집행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공식 표준”처럼 채택될지, 각 회원국 당국과 민간 모니터링 업체들이 어떻게 통합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기술·재정 지원과 규제 설계 개선, 소농 참여 메커니즘이 병행되어야만 지도 개선의 효과가 실질적인 소농 보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Food Navigator / Daily Coffe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