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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슈퍼 엘니뇨

슈퍼 엘니뇨가 흔드는 커피 지도, 남미는 왜 가뭄의 표적이 됐나

세계기상기구는 태평양이 2026년 하반기 전 세계 기후를 좌우할 ‘슈퍼 엘니뇨’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3~6월 사이 발달해 이듬해 초 정점을 찍는 엘니뇨와 달리, 이번 사례는 8월부터 10월 사이 강도가 급격히 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기후 변화가 지구 반대편의 커피밭까지 흔든다는 점인데요, 특히 남미 산지는 가뭄이라는 형태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엘니뇨가 어떤 경로로 커피 생산에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 중심축을 따라가 봅니다.

엘니뇨는 왜 남미에 가뭄을 몰고 오나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바닷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면서 지구 전체 강수 패턴을 뒤흔드는 현상입니다. Pact Coffee의 커피·사회적영향 담당 이사 윌 코비는 중남미는 대체로 더 건조해지고, 동아프리카는 반대로 비가 불규칙하게 쏟아지거나 홍수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엘니뇨라도 대륙별로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는 셈인데, 이 때문에 남미 커피 농가에는 유독 ‘물 부족’이라는 방향으로 압박이 집중됩니다.The Grocer

큐 왕립식물원의 수석연구원 아론 데이비스 박사는 과거 엘니뇨 당시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목격한 장면을 전합니다. 가뭄으로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다 떨어진 커피나무들이 단순한 수확량 감소를 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고사했다는 것인데요, 같은 지역이 엘니뇨 후반부에는 반대로 극심한 홍수까지 겪었다는 사실은 가뭄과 홍수라는 상반된 극한 기상이 연이어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Global Coffee Report

꽃이 필 때 비가 안 오면 벌어지는 일

커피나무는 꽃을 피우고 체리를 맺는 결정적 시기에 물이 충분해야 정상적으로 자랍니다. 이 시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꽃이 그대로 떨어지거나 열매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는데, 코비 이사는 이 때문에 남미 농가의 수확량이 올해 엘니뇨로 30~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평소 100포대를 수확하던 농가가 50~70포대밖에 거두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니, 농가 입장에서는 이윤에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어요.Global Coffee Report

콜롬비아, 이미 숫자로 드러난 피해

세계 3위 생산국이자 최대 수세식 아라비카 공급국인 콜롬비아에서는 우려가 아니라 구체적 수치가 이미 나왔습니다. 콜롬비아 커피생산자연맹 헤르만 바아몬 총재는 연초 폭우와 뒤이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해 생산량이 60kg 기준 1,370만 포대에서 1,250만 포대로 약 8%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8월 콜롬비아를 강타해 319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7.4 지진보다도, 엘니뇨가 생산에 더 큰 위협이라고 그가 직접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약 54만 가구, 84만 헥타르가 걸려 있는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8%의 감소조차 수많은 소농 가구의 생계에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집니다.Reuters

브라질과 로부스타 산지,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문제

흥미롭게도 브라질은 현재 진행 중인 아라비카 수확 자체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엘니뇨가 오히려 겨울철 서리 피해를 막아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진짜 문제는 10월부터 12월 사이, 다음 시즌 작물을 키우는 개화·결실기에 엘니뇨가 통상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를 몰고 온다는 점입니다. 데이비스 박사 역시 브라질의 가장 취약한 생육 단계가 슈퍼 엘니뇨 중반에서 후반부에 걸쳐 있어, 2026~2027년 실제 영향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브라질 인스턴트커피산업협회는 사상 최대로 예상됐던 2026/27년 수확 전망치가 최대 5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Global Coffee Report

한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로부스타 주산지는 연중반부터 이미 고온·저강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로부스타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나라의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엘니뇨의 파장은 아라비카를 넘어 로부스타 시장까지 번지는 모양새입니다.Reuters

수확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 만회되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 손해를 만회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코비 이사는 “가격이 아무리 뛰어도, 애초에 키우지 못한 커피는 팔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2025년 말 파운드당 4달러를 넘던 국제 시세가 2026년 6월에는 2.40달러까지 급락한 상태여서, 농가는 수확량 감소와 낮은 가격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맞고 있습니다. 그는 파운드당 달러로 공급 리스크를 재는 시장 관행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짜 중요한 질문은 “농가가 헥타르당 실제로 몇 파운드를 수확하는가”라고 짚습니다.The Grocer

많은 소농이 시세가 오를 때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어 손해를 보면서도 커피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Pact Coffee는 이런 구조 때문에 전 세계 약 5,000만 소농의 생계가 “전례 없는 압박”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습니다.The Grocer

단기 처방으로는 부족한 이유

업계는 로부스타의 관개 확대, 야생 커피 유전자원을 활용한 병해충 저항성 품종 개발, 우간다의 엑셀사 재배 확대 등 다양한 적응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스 박사는 관개 시스템의 원천인 하천·호수·지하수 자체가 슈퍼 엘니뇨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역설을 지적합니다. 최근 업계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재생농업에 대해서도, 수분 보유 기법이나 아그로포레스트리로의 전환이 수반되지 않는 한 기후변화 적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못박습니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산림파괴 중단 같은 ‘완화’만이 장기적 해법이며, 지금 거론되는 대부분의 조치는 단기적 ‘적응’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Global Coffee Report

결국 남는 질문, 얼마나 멀리 내다보고 있나

데이비스 박사는 업계 변화가 결국 도래하겠지만, 과거 커피잎녹병이나 분쟁·사회경제적 충격 때처럼 문제가 터진 뒤에야 움직이는 ‘반응적’ 성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는 향후 2~3년이 아니라 10~20년, 나아가 50~100년 단위의 장기 전략적 사고가 산업에 부재하다는 점을 근본적인 약점으로 지목합니다. 기후와 식물의 반응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정보 과잉 속에서 신뢰할 만한 적응 경로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겹치면서, 슈퍼 엘니뇨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커피 산업 전체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Global Coffee Report

라니냐 발생 확률 71%, 커피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

코스타리카 커피, 기후 위기로 인한 수확 지연 그리고 노동력 붕괴의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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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수마트라 홍수가 막은 커피, 농장부터 항만까지 멈춘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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