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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벡스 커피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커피 ‘리벡스’가 등장했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의 아론 데이비스 박사 연구팀이 리베리카(Coffea liberica)와 엑셀사(Coffea dewevrei)라는 두 커피 나무가 자연적으로 섞여 만들어진 교배종을 유전체 분석으로 처음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 하이브리드에는 ‘리벡스(Coffea × libex)’라는 이름이 붙었고, 관련 연구는 2026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습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커피 산업 입장에서는, 기후에 강하면서도 맛까지 챙긴 새로운 선택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지요. 다만 아직 상업화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왜 지금 새로운 커피 종이 필요한가

전 세계 커피 소비의 대부분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단 두 품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라비카가 서늘한 고지대 기후에서만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약해,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부스타는 상대적으로 강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데이비스 박사는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기후에 더 강하다는 것은 흔하지만 잘못된 통념”이라며 두 품종 모두 기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합니다.SCA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리베리카와 엑셀사입니다. 두 종 모두 고온다습한 환경이나 불규칙한 강우 패턴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각각 단점도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리베리카는 열매와 씨앗이 지나치게 커서 가공이 번거롭고, 엑셀사는 그 자체로는 아직 재배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두 종의 장점만 결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리벡스라는 존재가 새롭게 조명받게 된 셈입니다.

유전자로 확인한 ‘숨어 있던 교배종’

사라왁에서 발견된 뜻밖의 사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앙아메리카 세 대륙에서 모은 113개의 커피 샘플을 대상으로 7,618개의 유전자 표지를 분석해, 리베리카와 엑셀사가 재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교배하며 생식이 가능한 자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유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에서 나온 결과였는데, 이곳에서 채집한 45개 샘플 가운데 40개에서 엑셀사의 유전 정보가 검출됐습니다.Earthlings Coffee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는 이 나무들을 그냥 ‘리베리카’라고 불러왔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엑셀사의 피가 섞인 교배종이었던 셈입니다. 인도 카르나타카주의 말레시와라 농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는데, 1980년대 초에 심어진 나무에서는 엑셀사 유전자 비율이 35~90%에 달할 정도로 사라왁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인도 남부커피회사의 공동 연구자 아크샤이 다쉬라스는 대대로 ‘리베리카’라 불러온 자사 커피가 유전학적으로는 엑셀사에 훨씬 가깝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고 언급했습니다.SICC

리벡스만의 강점, 무엇이 다른가

가공은 쉽게, 맛은 균형 있게

리벡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종’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쓸모 있는 특징을 여럿 갖췄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과육과 파치먼트 껍질이 리베리카보다 얇아 수확 후 가공 과정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씨앗 크기도 아라비카와 비슷한 수준이라, 기존 로스팅이나 그라인딩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소규모 로스터리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이점입니다.Expert Café

수확량 면에서도 가지의 마디마다 꽃과 열매가 더 많이 맺혀, 순수 리베리카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특히 커피 재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해인 커피잎녹병에 대한 저항성을 리베리카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병은 19세기 말 스리랑카의 아라비카 농장을 초토화시켜 로부스타와 리베리카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던 만큼, 리벡스가 이 저항성을 실제로 안정적으로 갖췄다면 병해 관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Sprudge

맛은 어떨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사이 어딘가

맛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습니다. 초기 컵 테이스팅에서 리벡스는 리베리카 특유의 열대 과일 향과 엑셀사의 초콜릿·건과일 풍미가 결합돼 ‘균형 잡히고 접근하기 쉬운’ 맛으로 평가받았고, 순수 리베리카보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카페인 함량 역시 로부스타보다는 아라비카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데이비스 박사는 부모종인 두 커피 모두 “단맛이 나고 중간 정도의 바디와 산미를 가지며 카페인 함량은 아라비카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SCA

정리하면 로부스타 특유의 강한 쓴맛과 진한 크레마보다는, 아라비카에 가까운 부드러운 풍미 쪽에 더 기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우수한 개체를 클론 번식이나 접목 같은 방법으로 비교적 빠르게 상업 생산 단계로 옮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Superkalam

이름을 둘러싼 학계의 신중한 목소리

이번 리벡스 명명 연구는 데이비스 팀이 202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츠에 발표한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합니다. 당시 연구에서는 그동안 리베리카의 한 변종 정도로 취급되던 분류를 다시 검토해, 리베리카·엑셀사·클라이네이라는 세 개의 독립된 종으로 재분류한 바 있습니다. 데이비스 박사는 2026년 7월 관련 학술지에 게재한 서신에서, 일부 후속 문헌이 이 분류 체계를 부정확하게 인용하고 있다며 학명을 정확히 쓰는 일이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 브랜딩 전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서신에서 데이비스 박사는 리베리카와 엑셀사를 뭉뚱그려 부르는 ‘리베로이드’라는 비공식 명칭이 과학적으로 부정확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두 종을 합쳐도 전 세계 커피 무역량의 약 0.01%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그동안 통용되던 “1~2%”라는 수치가 20세기 초 오래된 통계에서 비롯된 오류였다고 바로잡았습니다. 결국 이는 리벡스가 상업적으로 여전히 매우 작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재배 시험과 품종 안정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PMC

남은 과제, 그리고 산업적 의미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두고 가속화하는 기후변화 시대에 커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리벡스는 아직 자연 발생한 교배 개체군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이름을 붙인 초기 단계일 뿐, 우수한 나무를 골라 품종으로 표준화하는 육종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데이비스 박사 스스로도 “연구가 오랫동안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편중돼 있었고, 이제야 다른 종의 특성과 소비자 수용 여부를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밝힌 만큼, 지금까지 나온 수확량이나 저항성 데이터는 소규모 샘플에 기반한 초기 결과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SCA

역사적으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20세기 초 엑셀사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농장으로 확대됐다가 커피시들음병이라는 병해로 붕괴한 전례가 있는데, 이는 신품종을 서둘러 대규모로 심을 경우 병해 관리 체계 없이는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전 세계 생산량의 99.99%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 구조에서, 리벡스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으려면 재배 면적 확대와 소비자 인지도 형성, 유통망 구축이라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Expert Café

정리하면 리벡스는 아라비카의 접근하기 쉬운 풍미와 리베리카·엑셀사급의 저항성 및 생산성을 동시에 노리는 하이브리드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대규모 재배 데이터가 부족한 초기 단계 품종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할 시점입니다.

아라비카의 유전적 품종 한계를 넘어라 – 브라질이 희귀 커피 유전자로 기후 전쟁에 뛰어들다

커피 육종 30년을 8년으로 – WCR의 150만 달러 분자 혁명

중국 에너지 기업이 키우는 리베리카, 잠비 커피의 스페셜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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